(書2)-筆法(필법)을 설명하려면 반드시 글씨를 쓰는 공구에 대한 설명이 먼저 되어야 한다. 즉 붓의 구조와 사용방법에 대한 설명은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筆頭(필두)의 중심에서 가장 길게 나와 있으면서도 뾰족한 부분을 鋒(봉)이라 하고 이를 둘러싸고 있는 털들을 가리켜 副毫(부호)라 한다. 이와 같이 붓을 제작한 것은 붓의 중간에 먹물을 함유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필봉이 점과 획의 가운데에서 움직일 때 먹물이 뾰족한 붓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내려 전후좌우에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종이에 스며들어 사면이 모두 갖추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하여 만들어진 점과 획은 상하좌우의 어떤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게 되니 우리는 이것을 中鋒(중봉)이라 부른다. 중봉으로 이루어진 글씨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원만하기 때문에 볼수록 싫증을 느끼지 않는다. 이러한 까닭에 중봉은 서예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인 필법으로 준수되어야 할 사항으로 지목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왕희지는 서법을 '송곳으로 모래에 획을 긋거나(錐劃沙추획사) 진흙으로 봉니의 도장을 찍는 듯이(印印泥인인니) 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이는 모두 필봉이 붓 가운데 감춰져 있어 뜻이 붓보다 앞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안진경은 집에 빗물이 스며드는 자국으로(屋漏痕옥루흔)중봉을 비유하여 이를 더욱 분명하면서도 정확하게 표현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조맹부도 서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用筆(용필)이고 짜임새 또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하였으니 짜임새는 때에 따라서 서로 변할 수 있으나 用筆(용필)은 천고불변이라 하였다. 그러나 모든 점과 획들이 모두 中鋒(중봉)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만약 이와 같이 되려면 붓을 잡는 방법과 이를 운용하는 방법을 연습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면 어떻게 붓을 사용하여야만 마음대로 붓끝을 점과 획의 가운데에서 움직일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자. 이에 대한 해답은 곧 사람의 손과 어깨의 생리적인 작용을 운용하는 데 있다. 팔을 운용하여 붓끝을 바로 세워 筆鋒(필봉)을 항상 수직으로 만들면 중봉을 이룰 수 있으니 서예가들이 모두 팔을 운용하는 방법에 대해 말한 것도 바로 이러한 점을 말하고자 함이다. 그러나 단순히 팔을 움직이는 것만 말하여서는 불충분하다. 왜냐하면 먼저 붓대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어야 붓털이 조그만 오차도 없이 마음 먹은대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단순히 팔만 움직이고 붓대를 다섯손가락으로 꽉 잡지 못한다면 붓을 움직일 때 온전하지 못하여 오른쪽 혹은 왼쪽, 때로는 위 아래로 마음대로 붓이 움직일 염려가 있다. 붓 잡는 방법이 제대로 될 때 팔의 움직임도 자연스러워 비로서 중봉을 하려는 목적에 도달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筆法(필법)을 깨우치는 길이며 동시에 실제에 있어서 필법을 올바르게 운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