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떤 풍 경]
제가 가끔 찾아가는 찻집이 있습니다. 팔당호수 근처에 있는 곳인데, 웃는 얼굴이 편안해 보이는 할머니가 주인인 집입니다. 그 찻집을 발견한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팔당 호수를 안마당처럼 끌어 안은 터에 자리 잡아 전망이 아주 좋은 곳입니다. 밖에서 보면 조금 사치를 부린 여염집 같을 뿐, 흔한 카페나 양식당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소박한 외양 때문인지 서울 밖으로 나가고 싶은 때 첫 번으로 떠오르는 푸근한 공간입니다. 물론 차 값도 아주 저렴합니다. 커피와 차를 손수 만들어 마셔야 하는 때문인지 그곳에 들르면 마치 친정에 들른 기분이었습니다. 운이 좋으면 시루떡 두어 쪽을 얻어먹을 수도 있고, 어떤 날은 방금 밭에서 뽑은 파나 상추를 듬뿍 받아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곳이 좋은 까닭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멍청하게 앉아 한적한 강 풍경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자맥질하는 물새떼를 바라보다 싫증이 나면 강 건너 마을로 시선을 옮깁니다. 생선 비늘처럼 반짝이고 있는 수많은 지붕 아래 담겨 있을 긴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도 즐거운 일입니다. 그러다 싫증이 나면 실 먼지를 날리며 달려가는 승용차를 좇아갑니다. 그러노라면 흔들리던 마음은 가라앉고 머리 속 먼지도 씻깁니다. 오랜만에
그 곳에 가게 되었습니다. 마당에는 파라솔이 펼쳐져 있고 강가에는 평상도 서너 개 놓여
있어 낯설었습니다. 왁자한 웃음 소리에 놀라 자맥질하던 새떼들이 하늘로 푸드득 날아
올랐습니다. 주인 할머니를 부르는 음성 밑으론 화투작 맞는 소리가 튀어 나와 수면으로
떨어졌습니다. 파라솔과 평상, 나무그늘 밑을 분주히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는 주인 할머니는
숨을 몰아쉬며 반가워하였지만,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찻집은 할머니 혼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손님이 많았습니다. 할머니는 이제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거나 새벽에
일어나 물안개를 지킬 틈이 없을 것이 확실합니다. 할머니와 찻집은 처음과는 다른 풍경을
그릴것입니다.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행하며 사는 것은 누구에게나 무척 어려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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