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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억지로 흐르지 않는다◈

 

      사람은 한평생 배우면서 살아간다. 자기가 배우고 있는 줄 알면서 배우기도 하지만 배우고 있는 줄 모르면서 배우기도 한다. 예컨대, 시집살이를 어렵게 한 며느리가 시집살이를 어렵게 시키는 시어머니가 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자기는 나중에 지금 시어머니처럼 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겠지만 사람이란 머리보다 몸으로 살게 되어 있고 배우는 일도 머리보다 몸이 빠른지라 막상 시어머니가 되면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어차피 배우면서 살지 않을 수 없는 인생일진대, 누구한테서 무엇을 배우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노자(老子)는 말하기를,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道)를 본받고 도는 자연(自然)을 본받는다'고 했다.

     

      왕필(王弼)은 이 말을 풀이하면서, 도(道)가 자연을 본받기 때문에 하늘이 도를 본받고 하늘이 도를 본받기 때문에 땅이 하늘을 본받고 땅이 하늘을 본받기 때문에 사람이 땅을 본받는 것이라고 했다. 스스로 훌륭한 학생이기 때문에 남의 스승이 된다는 얘기다. 뭐라고 이름을 지어 부를 수 없어서 억지로 자연(自然-절로 그러함)이라 부르는 '그것' 한테는 스승이 없다. 더 배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동시대에 참 스승으로 모실 분을 만난다는 것은, 그보다 더 큰복이 없다. 그러나 그것은 자기가 원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니 인연이 닿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래도 학생이 준비되어 있으면 선생이 나타난다는 속담을 믿고 평소에 배우고자 하는 마음과 자세를 두루 갖추고자 애쓸 필요는 있다.

     

      그런데, 사실은 모든 사람이 최고의 스승을 모시고 살아가면서 그것을 잘 모르고 있을 뿐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모든 사람이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데 그 자연이 바로 최고, 최후의 스승임을 아는 이가 많지 않다는 얘기다.

     

      사람이 사람한테서 배우면 주로 말이나 글로 쓰기 때문에 쉽기는 하나 위험하다. 잘못 가르치고 잘못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이란 본디 태생이 모자라고 어긋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성인(聖人)은 말없는 가르침을 베푼다고 했다.

     

      그분들이 말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마지못해서 하셨을 따름이다. 소크라테스, 석가, 공자, 예수가 생전에 글을 단 한 줄도 적어서 남기지 않으신 데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사람한테는 남을 가르치겠다는 마음이 있을 수 있다. 무심(無心)으로 남을 가르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자연한테서 배우면 잘못 배울 염려가 없다. 자연은 우선 사람을 가르치겠다는 뜻이 없다. 오로지 제 성(性)을 좇아 존재할 따름이고 그래서 가장 높은 스승이 될 수 있다.

     

      높은 산에 올라 강물을 내려다본다. 개울이 커서 강이 되고 강은 마침내 바다가 된다. 개울, 강, 바다가 서로 다른 몸이 아니라 한 몸이다. 개울은 강의 윗도리요, 바다는 강의 아랫도리다. 강이 개울을 받아들이는 것은 제가 저를 받아들이는 것이요 강이 바다로 들어가는 것은 제가 저한테로 들어가는 것이다.

     

      만일 강이 개울을 배척한다면 제가 저를 배척하는 것이므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자연세계에서는 만고에 그런 일이 없었고 지금도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면서 자연이다. 자연이 자연으로 자연스럽게 존재하지 못하니 그 삶이 어찌 고단하고 힘겹지 않으랴? 자연은 억지를 모른다. 모두가 저절로 이루어진다. 저절로 이루어지니 따로 힘쓸 데가 없다. 억지로 흐르는 물 못 보았고 기를 쓰고 피는 꽃 보지 못했다. 그래서 자연을 스승으로 보셨던 노자(老子)는 말하기를, 나의 가르침은 매우 알기 쉽고 매우 하기 쉽다고 했다. 빈말이 아니다. 대나무가 너구리처럼 살려면 힘들겠지만 대나무가 대나무로 사는데 무슨 힘이 들겠는가?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는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글:이현주(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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