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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보다 나은 '용서'♤

     

      교실 뒤쪽에서 큰 물건이 박살나는 소리가 들린다. 짐짓 모른 척 나는 내 할 일만 한다.

      "선생님 벽시계가 떨어졌어요".

      "그래 떨어진 것은 다시 올려놓으면 되지 뭐".

    떨어뜨린 아이가 누구인지 알아내서 야단치고 벌 세우는 일은 이제는 너무 진부하다.

      "모두 꼼짝 말고 있어. 유리 조각을 밟으면 큰일이니까".

      아이들은 마네킹처럼 그대로 멈춰 서있는 일이 재미있어서 내가 벽시계가 떨어진 현장을 재빨리 치운 것이 못내 서운한 표정들이다.

      "야, 시계가 묵사발이 되었는데도 똑딱똑딱 잘도 가네. 이 요술시계를 만든 마술사가 누구지?"

      이 정도면 정작 시계를 떨어뜨린 범인은 충분히 야단도 맞았고 잘못도 뉘우친 것으로 생각했다. 오히려 실수를 너그럽게 용서해 주고 재미있게 사태를 처리해 준 선생님이 고마워 아까부터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학생이 벌개진 얼굴로 살짝 웃는다.

      아이들의 실수는 용서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저지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어린이의 실수를 노골적으로 야단치고 면박 주는 일은 그리 좋은 교육방법이 아니다.

      교실에서는 늘 뭔가 자주 깨지고 부서진다. 한 학생이 벽시계를 떨어뜨린 지 며칠이 지난 어느 날 국화 화분 한 개가 깨졌다. 벽시계를 떨어뜨린 학생은 아이들이 쓰레기통에 버린   화분 조각을 꼼꼼히 모아서 집으로 가져갔다. 다음날 국화 화분을 원상태로 정성껏 짜 맞추고 화분 안팎에 찰흙덩이를 두껍게 붙여서 말린 뒤 그림을 그리고 니스 칠까지 해서 학교로 가져왔다. 순간 그 놀라움이란....

      자신의 실수를 따뜻하고 멋지게 용서받던 일을 떠올린 그 학생은 그 은혜에 보답하는 길로 친구가 깨뜨린 국화 화분을 이용해  명작을 만들어 낸 것이다.                  글 : 최영재 (서울 청구초등학교 교사)